서울 어느 시장 골목에서 보았다 쟁반마다 밥이며 찌개를 차려 층층이 머리에 올려 이고 혼잡한 사람들 틈을 헤집고 가던 밥의 길을 비켜라, 밥이 간다 아무도 밥을 막는 사람은 없다 뜨거운 첫 숟갈을 위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나물무침과 뜨거운 찌개와 구운 생선을 몇 층씩 머리에 이고도 밥의 길은, 밥의 힘으로 휙휙 지나간다 봐라, 밥은 언제나 저렇게 사람의 머리 위에서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그 아슬아슬한 것들 말아먹고 비벼 먹으며 사람들은 틈을 비집고 또 살아간다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밥은 시간을 잡히고 간당간당하게 차렸나니 젓가락으로 깨작거리지 마라 남의 밥그릇에 기웃대지 마라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꽃무늬 몸뻬바지를 입고 비켜라, 밥이 삼시 세끼를 향해 간다 뜨끈하고 맵짜한 밥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