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아침

팔십종수(八十種樹) 본문

좋은글 모음

팔십종수(八十種樹)

밝은여명 2023. 2. 5. 19:09

 

◈팔십종수(八十種樹)
  나이 팔십에 나무를 심다

박목월의 수필, '씨 뿌리기' 에 호주머니 안에 은행 열매나 호두를 넣고서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하고 대답했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 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六十不種樹)"고 말한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다.

송유(宋兪)가 70세 때 고희연(古稀宴) 을 했다. 

귤(柑) 열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는 10년 뒤 귤 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떴다.

황흠(黃欽)이 80세에 고향에 물러나 지낼 때 종을 시켜 밤나무를 심게 했다. 
이웃 사람이 웃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황흠이 대답했다."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 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황흠은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다. 

이웃을 불러 말했다.

"자네 이 밤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군..."

홍언필(洪彦弼)의 아내가 평양에 세 번 갔다. 어려서 평양감사였던 
아버지 송질(宋軼)을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 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섬(洪暹)을 따라갔다.

아내로 처음 갔을 때 장난삼아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그 열매를 따 먹었다. 
세 번째는 재목으로 베어 다리를 만들어 놓고 돌아왔다.

세 이야기 모두 '송천필담 (松泉筆譚)' 에 나온다.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를 하며,공부도 놓고 일도 안 하고 

그럭저럭 살다 죽을 날만 기다린다.
100세 시대에 이런 조로(早老)다짐은 좀 너무하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지금 시작하라! 나이는 없다. 모두가 은혜이다.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이란~  (1) 2023.02.06
고마운 인연  (0) 2023.02.06
哲學的 人生 풀이  (0) 2023.02.05
바닥짐  (1) 2023.02.05
正月 대보름  (0) 202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