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運命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 양광모

밝은여명 2023. 1. 7. 22:33

◈運命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 양광모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뿌리마저 뽑아들고 동쪽바다 성끝마을

슬도(瑟島)로 가자

눈기둥처럼 흰 등대

우뚝 서 있고

흐린 날이면 비가

맑은 날이면 파도가

슬픈 사랑의 노래, 365일 비파(琵琶)로

연주하는 곳

이따금 섬 뒤편으로 날아드는

갈매기 두 마리,

우산 속에 몸 가리고 날개 부비면

등대의 심장에도 붉은 피 돌아

먼 바다 돌고래떼 가슴께까지 불러들이는 곳

결국에야 갈매기 떠나고 나면

또 한 사연 현무암 바위에

작은 구멍 되어 새겨지고

바람 부는 날이면 수 만개의 구멍

일제히 잔울음 터뜨리는 곳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슬도 바위에 앉아

흰 새 되어 기다려 보라

가을 아침처럼 다가와

꺼지지 않는 불빛

가슴속 등대에 밝혀놓는 사람 있으니

그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오늘처럼 흐리고 비내리는 날엔

아련한 풍광이 그려지는 시에 흠뻑 빠져

옛 사랑을 떠올려 보는 것도

남모르는 행복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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