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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갚은 사람

밝은여명 2023. 6. 22. 08:46

♡은혜를 갚은 사람

2000년 ‘전 재산 사회 환원’이란 뜻을 밝히고 이듬해 맨손으로 일군 반도체 

기업마저 전문 경영인에게 넘긴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주를 세상은 기억합니다.

나이 62세면 경영자로는 경륜이 한창 무르익을 때였습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아름다운 퇴진이라고 반겼지만 정작 그는 
얼른 줘버리고 남은 여생을 편히 살겠다. 
라며 인터뷰 요청조차 손사래를 쳤습니다.
물러난 사람이 나서는 건 노추라 했고, 
여기저기 얼굴 내미는 일은 노욕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젊은 벤처 기업가들이 따르는 롤 모델이었고, ‘대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가 1983년 세운 미래 산업은 반도체 검사장비업체로 출발했습니다. 

때마침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한민국 반도체 설비업체 중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했고,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만큼 

성장세를 타던 시기에 갑자기 은퇴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직원들에게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를 

하였으며,  세상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재산 기부입니다. 

2001년 삼백억 원이란 거금을 KAIST에 기부해 큰 화제를 부르더니 3년 

후 다시 이백십오억 원을 같은 곳에 내놓았습니다.

개인이 한 기부로는 역대 최고액이었지만 그가 내건 조건은 딱 하나였습니다.
기부용도 외에는 쓰지 말 것. 단 얼마라도 용도를 바꿔 사용하면 즉각 회수

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KAIST는 기부자 뜻에 따라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융합학문과 

미래학연구기관을 설립합니다.  정문술빌딩과 부인 양분순빌딩을 짓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래전략 대학원을 만들어 연구 요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거액 기부금 집행을 KAIST 이광형 교수가 주도해 줄 것을 학교에 

요청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큰돈을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워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이 교수가 내게 베푼 은혜가 있습니다. 연구개발이 뜻대로 안 돼 사업 부진으로 

경영에 큰 고통을 겪고 있을 때 특별한 인연이 없던 이 교수가 날 찾아와서 우리 

회사에 첨단 기술을 알려 주었습니다. 말로 할 수 없는 커다란 은혜를 입었으니 

때가 되면 꼭 이 은혜를 갚겠다고 늘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궁금증을 풀자 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이광형 교수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무슨 연유로 그 회사를 찾아가 그 수준 높은 기술을 조건 없이 전수해 주었습니까?
그러자 이 교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국가 장학금으로 선진국에서 공부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저를 과학기술인으로 만들어 준 것이지요. 
제가 은혜를 입었으니 대한민국 발전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문술 회장, 카이스트, 이광형 교수가 삼각 고리가 되어 설립한 정문술빌딩은 

첨단의 IT+BT 융합기술 개발을 통해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연구 메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정문술은 오랜 공직 생활 중 쫓겨나 43세에 퇴직금으로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고 

와신상담 끝에 다시 도전하여 미래산업을 창업했습니다. 

무수한 난관과 시련이 잇따랐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신념을 잃지 않고 밀고 나가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사업가로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니, 이제 스스로 설 자리가 어딘지를 살핀 겁니다. 

하차할 타이밍과 서야 할 자리를 찾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기부를 하지만 정문술이 한 기부가 눈길을 끄는 건 

‘기부는 기부로 끝’이라는 소신 때문입니다. 
학교 행사 초청은 물론 정문술빌딩 준공식 조차 얼굴을 내밀지 않았으니까요.

국민을 먹여 살릴만한 연구 성과가 나올때까지 부르지 말라.
고 버티던 그가 빌딩 준공 6년 만에 학교 연구 현장을 처음 찾습니다. 

연구팀이 괄목할 연구 성과 소식을 알린 다음에….

이광형 교수는 2021년 2월에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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